절반의 감사
벌써 2021년 한해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이미 지난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더 잘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기도하지 못한 것 등 미안하고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인생의 마지막이 다가와도 그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선을 주님께 돌리면 감사로 풍부해집니다. 나는 부족해도 주님은 넉넉합니다. 나의 삶은 오락가락해도 주님은 항상 신실하십니다. 그 주님께서 우리를 이끌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지난 6개월은 은혜의 날들이었습니다. 어떤 감사거리가 있습니까? 나에게는 어떤 감사한 일이 있었는가를 생각해봤습니다. 하나님이 온 세상의 주권자 되시고, 지금도 친히 다스리시고 섭리하심에 감사하고, 예수님의 복음이 믿어지게 하시고, 하나님의 자녀로 살게 하신 것이 감사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믿음으로 사는 두 아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부족한 종을 긍휼히 여기셔서 말씀의 은혜를 주시고, 예배의 부흥을 주시니
선생 동무, 그 사진 지우시라우여~
2년 전에 꿈에 그리던 북한 땅을 밟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새벽마다 한국 최초의 선교사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님의 순교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대동강변을 산책하며 기도하였고, 신기한 듯이 평양 시내 한복판을 걸었습니다. 매년 군사력을 뽐내기 위해 대규모 열병식이 벌어지는 김일성광장에서는 평양부흥집회가 열리는 날을 꿈꾸며 발로 밟고 기도했습니다. 5박 6일을 평양에 머무르면서 하루는 동쪽 끝 강원도 원산으로, 또 하루는 서쪽 끝 평안남도 남포시와 온천군을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남쪽의 판문각과 개성으로 달리면서 우리 민족의 반쪽의 땅 북한 전역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동해바다와 서해바다를, 그리고 판문각에서는 몇 걸음만 내딛으면 닿을 수 있는 대한민국 땅을 바라보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판문각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스마트폰에서 ‘카톡카톡카톡’ 소리가 연이어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제까지 끊어져 있었
불 꺼진 세상
모임 중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 캄캄해졌습니다. 순간 대화는 끊어졌고, 금방 전기불이 들어오겠거니 하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캄캄함은 계속되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켜서 테이블 위에 세워두고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정전되는 일이 하도 많아서 언제든 촛불을 켤 수 있도록 손에 닿을 만한 곳에 양초를 비치해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2021년 대한민국의 부산광역시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불 꺼진 세상을 경험하는 게 너무 낯설기만 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2년 만에 모인 제자훈련 동역자들은 그런 와중에도 스마트폰의 흐릿한 빛에 의지해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은혜를 나눌 수 있었지만, 어쨌든 캄캄한 세상은 우리의 몸을 제한하고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습니다. 그때 한 사모님의 찬양이 울려퍼졌습니다. “내 평생의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
지나간 과거, 새로운 미래
모처럼 집과 교회 목양실의 책장을 정리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교회에서 수백 권의 책과 자료를 버렸고, 2백여 권의 책은 교회 카나도서관으로 보냈습니다. 작년에도 경험했던 일이지만, 책을 버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습니다. 책을 버리려고 한 권 한 권 손으로 잡을 때마다 책장에서 넣다 빼기를 반복하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책일수록 나의 숨결이 녹아져있기 때문입니다. 책과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자꾸 들춰보았습니다. 거기에서 나의 신학과 신앙, 사역의 노하우가 나왔습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이 느껴졌고, 함께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갔습니다. 그중에 많은 책과 자료들은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 29년 동안 함께했던 것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종을 만들어 가시는 일에 그것들을 귀한 도구로 써주신 것입니다. 더 이상 낡은 것, 오래된 과거에 붙들려 있을 수는 없습니다.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