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 그릇은 어느 정도인가?

편하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의 경계’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감정과 말을 다듬어야 할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기 때문에 여과 없이 말을 던지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관계 속에서 생긴 말의 상처야말로 가장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정작 그 말을 내뱉었던 사람은 금세 잊어버리고 돌아서지만, 그 말을 들었던 사람은 시간이 흘러서도 잊지 못합니다. 그 한마디가 그의 인생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아픈 흔적을 남깁니다.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이자 됨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할 만큼 힘이 셉니다. 말을 들으면 그 말이 탄생한 곳, 말이 살아온 역사, 말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말은 한 사람이 가꾸어 온 내면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사람마다 말을 담는 그릇이 하나씩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품만큼 말을 채웁니다. 당신은 ‘큰 말 그릇’을 가지셨습니까? 아니면 ‘작은 말 그릇’을 소유하셨습니까?
말 그릇이 ‘항아리’처럼 큰 사람들은 공간이 충분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받아드립니다. 조급하거나 야박하게 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 ‘너는 모르겠지만’, ‘내 말 좀 들어봐.’ 하며 상대방의 말을 자르고 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랬구나.’, ‘더 말해봐.’, ‘네 생각은 어때.’라고 하면서 상대방의 입을 더 열게 만듭니다.
그리고 말 그릇이 큰 사람은 말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말과 사람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무리 날카로운 말로 자신의 마음을 쑤셔대도 그것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말과 진심을 일치시켜고 노력하지만, 궁극적으로 말은 수단이지 본질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의 분노에 휩쓸려 대항하지도 않고, 설령 말에 넘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순간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압니다.
반대로 말 그릇이 ‘간장 종지’처럼 작은 사람들은 조급하고 틈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차분하게 듣질 못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로만 말 그릇을 꽉 채웁니다. 상대방의 말을 가로채고, 과장된 말을 사용하고, 두루뭉술한 말 속에 의중을 숨깁니다. 그래서 화려하고 세련된 말솜씨에 끌렸던 사람들도 대화가 길어질수록 공허함을 느끼며 돌아서게 됩니다.
특히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평가하고 비난하기를 습관처럼 사용합니다. ‘객관적으로 말이야.’, ‘다 그렇게 생각해’와 같은 말로 자신의 의견을 포장하지만 사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언제나 자신에게 둡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비난은 참아내질 못합니다. 몇 자 듣지도 못하고 ‘그만 좀 해, 나도 힘들어.’, ‘너 때문에 그런 거야’와 같은 말로 다시 남 탓을 하면서 책임을 피하려 듭니다. 말이 격해지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도 자주 생깁니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된 대화라고 해도 실제로 마음에 와 닿는 말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지니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말 그릇의 상태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당신의 말 그릇은 어떤가요? 크고 단단해서 그 안에 사람을 담을 수 있나요? 아니면 얕고 작아서 스치는 말 하나에도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나요?
- 『말 그릇』(김윤나 저)의 내용을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