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단상(斷想)
봄이 왔습니다. 교회 앞 화단에는 며칠 전에 성도님들이 심은 노란색 수선화가 어느새 활짝 피었습니다. 대형 화분에도 형형색색의 팬지꽃으로 가득합니다. 쳐다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이 몰려옵니다. 나만 보고 누리기에는 아까워서 눈에 띠는 이 사람 저 사람 불러봅니다. “꽃이 피었습니다. 수선화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이리 와 보세요!”
교회 잔디마당에는 파릇파릇 새순이 땅을 비집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좀 지나면 잔디마당에 푸르른 잔디로 가득 채워지고, 교회 이곳저곳에 더 많은 종류의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입니다. 벌써부터 잔디마당에서 기쁨으로 가득한 얼굴로 뛰놀고 있는 아이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행복에 겨워하는 성도님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제약이 따르겠지만, 속히 그런 광경을 보고 싶습니다.
잡초들 역시 잔디에게 뒤질세라 부지런히 땅을 비집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놈들은 반가운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서 좋습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즉시 소탕작전을 펼쳐야 잡초마당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봄이 오는 것이 좋은 반면 봄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수고도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동안 추운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겨울을 붙들고 있지 말고 보내버립시다. 아직은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어서 여전히 겨울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봄의 생명력을 뿜어내봅시다.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도 주저앉거나 낙심하지 않는 것은 생명의 주님이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주님 안에서 슬픔과 절망의 겨울은 끝내버리고, 새 희망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예년 같으면 3월에는 여러 양육훈련들이 시작되면서 봄맞이 말씀축제가 열렸을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새가족반, 성장반, 제자반, 어 성경이 읽어지네, 중고⋅청년 성장반 등 교회가 북적북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좀 더 기다리면서 예배생활과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김목사 역시 이러한 환난의 시대에 성도들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라도 하려고 합니다. 감사한 것은 주님이 붙들어주셔서 감당하고 있습니다.
주일 예배를 통해 은혜를 받은 성도들이 기쁨에 겨워 왁자지껄 식사교제를 나누고,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삼삼오오 차를 마실 수 있는 날을 그리워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