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세상
모임 중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 캄캄해졌습니다. 순간 대화는 끊어졌고, 금방 전기불이 들어오겠거니 하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캄캄함은 계속되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켜서 테이블 위에 세워두고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정전되는 일이 하도 많아서 언제든 촛불을 켤 수 있도록 손에 닿을 만한 곳에 양초를 비치해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2021년 대한민국의 부산광역시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불 꺼진 세상을 경험하는 게 너무 낯설기만 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2년 만에 모인 제자훈련 동역자들은 그런 와중에도 스마트폰의 흐릿한 빛에 의지해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은혜를 나눌 수 있었지만, 어쨌든 캄캄한 세상은 우리의 몸을 제한하고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습니다. 그때 한 사모님의 찬양이 울려퍼졌습니다. “내 평생의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내 영혼(내 영혼) 평안해(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아름다운 찬양의 곡조와 가사에 깊은 은혜를 누리던 목사님, 사모님들이 마지막 4절에서는 4부 화음으로 함께 불렀습니다. “저 공중에 구름이 일어나며 큰 나팔이 울릴 때에 주 오셔서 세상을 심판해도 나의 영혼은 겁 없으리. 내 영혼(내 영혼) 평안해(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연습도 없이 어찌 그리 멋진 화음을 낼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습니다. 대부분 왕년에 찬양대에서 한 가락 날리던 분들임을 증명해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찬양의 마지막 절을 부르고 있을 때, 전기불이 깜박깜박 거리더니 환하게 비춰졌습니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습니다. 할렐루야!
잠깐의 경험이지만, 우리에게는 언제든 그런 캄캄한 시간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아예 불 꺼진 세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맛보기 경험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염병 재난이 우리 일상의 삶을 덮쳐버렸습니다. 며칠 전에는 광주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철거건물이 붕괴되어 지나던 버스가 매몰됐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9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그 유족들의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습니까? 주님의 위로와 평안이 넘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지난 금요일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완료했습니다. 이제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에서, 그리고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염려에서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백신, 영원한 효능이 있는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아무리 불 꺼진 세상이 온다 해도 그분 안에서는 두려워할 일도 없고, 참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