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살아있습니까?
오랜 세월 목회사역을 하다 보니 하루에 돌잔치, 결혼식, 장례식을 다 다녀본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이동하면서 급하게 넥타이를 바꿔 매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통합적으로 경험하는 경우입니다. 축복된 결혼예배를 통해 행복한 마음을 느끼다가 그것도 잠시, 곧 위독한 환자가 있는 병원 중환 자실로 심방을 갑니다. 죽음의 경각에 놓인 분들을 보면서 모든 이들이 맞이할 마지막 때를 생각해 본적이 자주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젊고 건강할지라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목사님이 장례식을 인도하고 결혼식장으로 옮겨갔습니다. 의자에 앉아 기도로 준비하다가 너무 피곤했는지 잠깐 졸았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 정신을 차린 목사님이 주례를 시작합니다. "에~ 지금부터 고(故) ***군과 고(故)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나 역시 결혼식 주례 중에 기도를 하다가 자매를 형제라고 하는 실수를 범한 적이 있는데, 이 목사님은 이제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신랑신부를 얼떨결에 고인(故人)이라고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입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생각하면 틀린 말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옛사람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만이 새 생명을 살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고, 그와 함께 사는 이들은 진정한 행복이 있습니다. 어떤 환경과 형편 가운데서도 영적 기쁨과 능력을 경험하며 살게 됩니다. 그런 이들의 결혼생활은 마땅히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의 죽음을 확인합시다. 결국 짧은 인생을 살다가 육신의 죽음을 맞이할 텐데 그때 가서야 후회하는 인생이 아니라, 미리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자진해서 '나 죽었습니다!'라고 고백합시다. 세상에 대하여 죽은 자는 이 세상 것에 소망을 두지 않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가 그의 삶의 이유가 됩니다. 그리고 궁극적인 소망인 주님께서 다시 오실 영광의 그날을 기대합시다. 그때까지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나라를 위해 드려지는 삶이 됩시다.
- 김효민 목사 칼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