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같은 삶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드디어 겨울이 온 듯합니다. 함박눈이 내리고, 눈 쌓인 산을 보면서 괜스레 마음도 들떴습니다. 점심때는 일부러 창밖을 향해 바라보면서 식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눈 내리고 저녁이 되니 교회와 집을 오가는 길이 빙판이 되었습니다. 넘어질까 조심조심하면서 걸었지만 미끄러워 휘청거리기도 했습니다.
옛날 연탄재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집 앞이 빙판길이 되면 다 탄 연탄재를 가지고 나와 길에 던져서 잘게 부숩니다. 골고루 깔아놓으면 미끄러움이 방지되는데,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울 때는 연탄재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쓰임받기 위해서는 연탄이 난로나 아궁이에서 뜨겁게 타올라야 합니다. 잘 타야지 잘 부서지고 길바닥에 골고루 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길에 뿌려진 연탄재보다 더 감사한 것은 활활 타오를 때입니다. 지금처럼 난방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았기에 아주 많이 추웠던 시절입니다. 그럴 때 뜨겁게 불살라진 연탄은 사람들의 손과 발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합니다. 그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나를 불태울 수 있다면, 주님도 기뻐하시고 많은 이들에게 복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타올라야지 훈훈한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타야지만 남들이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제대로 타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불완전 연소되면 일산화탄소가 발생되어 가스중독으로 생명에 위협을 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도 제대로 불태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사랑할 수 있고, 섬길 수 있습니다. 그 징조를 봤습니다. 직분자 수련회가 불타올랐습니다. 장로님들, 안수집사님들, 권사님들, 교회학교 부장님들, 그리고 회장님들과 사역자들 모두 36명이 모였습니다. 주님의 은혜로 영광스러운 직분을 맡은 것이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직분에 합당하게 살지 못했음을 회개하며 성령충만을 간구했습니다. 목이 터져라 뜨겁게 부르짖어 기도할 때, 성령으로 타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이는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영으로 되느니라”(슥 4:6). 성령으로 살면 비로소 연탄재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행복했습니다. 모두가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했고,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한분 한분이 예수님을 모신 ‘교회’다웠습니다. 2022년의 표어가 ‘우리가 바로 교회입니다’인데, 벌써부터 주님이 하실 일이 기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