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모습 그대로

최근에 사진이 필요해서 사진관에 가서 촬영을 했습니다. 잘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서서 머리 손질도 하고 한껏 멋을 부렸습니다. 포즈를 바꿔가면서 여러 번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관 사장님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참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출력을 해줬습니다. 사진을 보니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봐줄만 했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습니다. 거울에 보이는 내 얼굴과는 다르게 보톡스를 맞은 듯이 보였습니다. 포토샵으로 약간 수정한 것 같은데, 본래의 얼굴에 문제가 많았나 봅니다.

십수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사진기사가 컴퓨터 모니터에 떠있는 제 사진을 맘대로 건드렸습니다. 왼쪽 눈을 좀 더 크게 확장하고, 입술의 오른쪽 부분을 위로 들어 올립니다. '어어! 왜 남의 얼굴을 맘대로 구조조정하지?' 하지만 말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본 사진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에 보니 본래 부족함 없는 얼굴(?)이라고 자부했던 제 얼굴은 더 완벽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됐다! 저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겠지!' 라고 흐뭇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 한쪽 구석이 편치 않습니다. 약간 수정된 사진을 보는 것이 즐겁지 않습니다. 오래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 사진의 장본인은 나와 닮긴 했지만,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이리저리 뜯어고치며 조작한 나와 닮은 모습일 뿐입니다. 만 57년을 살아온 나의 인생 역사, 인격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가 좋습니다. 좀 부족해 보여도 인간미가 넘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외모를 뜯어고쳐 더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름다워지려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겉포장만 바꾸는 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그 자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삶을 포장하는 경우입니다. 자신의 역사, 배경, 내면의 모습을 감춰버리고 겉모습만 화려하게, 그럴듯하게 표현합니다.

하나님은 뜯어고친 나의 사진 속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조금 삐뚤어졌어도 내 모습 그대로를 소중히 여기시고 사랑하십니다. 나의 배경, 나의 형편, 나의 연약함 등을 다 알고 계시고, 그런 나를 위해 주님은 대신 죽어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있는 모습 그대로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 나가는 겁니다. 뜯어고칠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우리의 악한 마음, 죄악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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