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과거, 새로운 미래
모처럼 집과 교회 목양실의 책장을 정리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교회에서 수백 권의 책과 자료를 버렸고, 2백여 권의 책은 교회 카나도서관으로 보냈습니다.
작년에도 경험했던 일이지만, 책을 버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습니다. 책을 버리려고 한 권 한 권 손으로 잡을 때마다 책장에서 넣다 빼기를 반복하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책일수록 나의 숨결이 녹아져있기 때문입니다.
책과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자꾸 들춰보았습니다. 거기에서 나의 신학과 신앙, 사역의 노하우가 나왔습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이 느껴졌고, 함께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갔습니다. 그중에 많은 책과 자료들은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 29년 동안 함께했던 것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종을 만들어 가시는 일에 그것들을 귀한 도구로 써주신 것입니다.
더 이상 낡은 것, 오래된 과거에 붙들려 있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전환기에 나의 삶, 목회도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자 합니다. 과거의 경험은 디딤돌로 삼고, 매일 매일을 새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존재적으로 과거에 매여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만난 이후에 새로운 삶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그래서 과거는 과감히 역사로만 남겨놓으면 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우리가 받은 ‘선물(present)’입니다. 그래서 ‘현재(present)’를 ‘선물’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매일 매순간이 특별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지나간 과거뿐만 아니라, 매일 맞이하는 오늘, 그리고 새로운 미래, 그 모든 시간에 함께했고 함께 할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바로 세상 모든 것을 다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어여쁜 내 사랑 박은주’입니다. 이런 표현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쑥스럽지만 이해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이 결혼 29주년 기념일이거든요! 그렇다고 기념일 멘트는 아닙니다. 솔로몬에게 배운 멘트이고(아가 2:10), 이미 오래전부터 전화번호에 그렇게 저장해놨고, 늘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나와 한 몸을 이루고 오랜 세월을 사랑으로 함께 해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목회자의 길이 고난의 여정이었지만, 주님의 은혜 안에서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아내가 있었기에 지나온 날들이 행복했습니다. 또한 새롭게 펼쳐질 미래 역시 함께라서 더욱 기대 만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