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수난
아주 오래전 개척교회를 목회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치과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재정부담이 많아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서울에 치과의료선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많은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찾아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시설이 낙후되고 깨끗하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거기에다 친절하지도 않고, 할아버지 의사선생님 몇 분과 젊은 여자 선생님이 치료하고 있었는데, 나를 맡은 할아버지는 고압적인 태도였고, X-ray 사진도 거꾸로 볼 정도로 불안감을 안겨줬습니다. ‘그냥 돌아갈까! 차라리 치료받지 않는 것이 낫겠다!’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치료비가 절반 정도면 된다기에 치료받기로 했는데,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다음 주에 예약한 날짜에 갔습니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라는 탄성을 마음속으로 질렀습니다. 의사가 바뀌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니고, 젊은 여자 선생님입니다. 마음을 좀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2시간 동안 초주검이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마취도 안하고, 갈고 때리고 쑤시고! 의료기구는 다 낡아서 가끔 작동을 멈추기도 하고, 잘 갈아지지도 않았습니다. ‘오, 주님!’ 저는 입이 벌려 있는 상태에서 이를 악물었습니다. ‘아프면 얘기하세요!’라고 합니다. 그런데 입은 벌려져 있고 의사의 손은 내 입속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말합니까? 말한다고 다른 수가 있겠습니까? 서러움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속으로 ‘주님! 주님!’하고만 외쳤습니다. 그때가 마침 고난주간이었는데,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려 고난당하신 주님을 묵상했습니다. 주님은 마취도 안하고 못에 박히시고 창에 찔리셨습니다. 못에 의지해 십자가에 온몸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찢기고 부서지는 고통!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 비한다면 저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믿음으로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감사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때 이후 치과를 갈 때면 두려운 마음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때의 부실공사로 일반치과에서 치료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손대지 않고 그냥 살아왔습니다. 어느 치과의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목사님, 그 치아 가지고 잘 살고 계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십자가의 주님이 하셨습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