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휴가
30년 만의 특별한 휴가였습니다. 처음으로 주일을 포함한 휴가를 보냈고, 주일예배도 아무 긴장감 없이 성도의 자리에서 은혜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휴가를 앞두고 한 장로님께서 “목사님, 교회 걱정하시면 믿음이 없는 겁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대로 믿음을 써서 교회에 대한 염려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교역자들과 장로님들을 비롯한 성도님들이 은혜 중에 든든히 서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주님의 교회는 주님이 돌보실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저희 부부는 예수님을 더 깊이 알고, 그분은 더 닮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사역의 현장이 아니라 편안하면서도, 그러나 열흘 간의 휴가 여정 중에도 믿음의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매일같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고난받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예수 제자의 삶, 사명자의 길을 확인하고, 그 길이 우리가 평생 가야 할 길임을 알았습니다.
대한민국 동쪽의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 있는 ‘통일전망대’에 서서 북한 땅을 바라봤습니다. 아름다운 금강산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달려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새들은 자유스럽게 오갈 수 있었지만, 우리는 조국 땅임에도 불구하고 한 발짝도 넘어갈 수가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통일전망대를 다녀오는 길에 들른 DMZ박물관에서 대략 수십만 장, 아니 수백만 장의 쪽지글을 볼 수 있었는데,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북향민들의 기도 쪽지가 가장 많을 것입니다. 복음적 통일의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사역 30년, 결혼 30년, 참으로 오랜 세월을 달려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그저 주님의 은혜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난 것도, 그리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함께 하는 것도, 주님의 교회와 복음을 위해 같은 마음으로 섬겨온 것도 은혜였습니다. 주님이 피 값으로 사신 교회를 섬기는 자로 부름받은 것은 놀라운 은혜요, 영광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교회를 거쳐왔는데, 모든 교회가 주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14년째를 섬기고 있는 봉선중앙교회는 그야말로 ‘30년 사역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휴가 여정이 끝나갈 무렵에 ‘형제들에게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주님 앞에 서게 하고, 가서 제자 삼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멘”으로 응답했습니다. 교회로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웠고 기대가 넘쳤습니다. 여전히 우리 힘으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주님이 하실 것을 믿고 순종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