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휴가

모처럼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둘째 아들 천영이는 주말에 미리 내려와 있었지만, 큰 아들 주황 전도사는 교회사역을 마치고 주일밤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습니다. 그 다음날 약간 들뜬 기분으로 1박2일의 짧은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사랑으로, 믿음으로 하나 된 원팀 가족이기에 더욱 즐거웠습니다.

하늘을 가장 많이 쳐다본 것 같습니다. 구름이 그렇게 멋지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구름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습니다. 파란 하늘 도화지에 그려진 것 같은 다양한 모양의 뭉게구름은 가슴을 시원케 했고, 때로는 웅장함을 느끼게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여름 끝의 저녁노을은 온 하늘을 붉게 물들였는데, 빨갛게 달아오른 태양의 마지막 불태움처럼 보였습니다. 내 인생을 마지막까지 그렇게 불태우고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수요일에는 두 아들과 함께 부모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어느덧 89세, 90세 되신 부모님은 기력이 없으셨습니다. 오랜만에 손자들을 만나셨는데, 함께 있는 내내 마스크를 쓰고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코로나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우리가 떠나올 때, 아파트 1층 주차장까지 따라 나오셔서 승용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계시는 노쇠한 어머님의 모습을 볼 때는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도시의 건물들마다 작은 교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도시 속의 수많은 십자가 탑을 보면서 22년 전의 개척교회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작은 개척교회라 할지라도 여기저기 십자가 탑이 많이 보이면 희망이 보였고 감사했습니다. 비록 형편은 어렵겠지만, 복음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은 상가 교회가 눈에 띌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복음은 능력이지만, 시대적인 환경으로, 특히 코로나19라는 재난의 상황에서 얼마나 힘겹게 지내고 있을까 하는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마음 푹 놓고 쉬었습니다. 봉선중앙교회는 주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라는 믿음을 적용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녔습니다. 보고 싶습니까? 상상만 해보십시오. 청바지 입고, 샌들 신고, 머리에 젤도 바르지 않고, 이대팔 머리도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목요일까지 살았습니다. 하지만 금요일에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젤 바르고, 이대팔로 가르고, 기지 바지 입고, 그리고 교회로~~

일주일간 마음 놓고 쉬려고 했지만, 수요일이 되니까 점점 주일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성도님들 생각도 나고, 금주부터 시작할 성장반도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렇게 퓨전 휴가는 지나갔고, 예수님과 동행하며 새로운 기대감으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