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각오(一死覺悟)

주기철 목사님은 오직 일사각오의 신앙으로 사셨던 분이셨습니다.
주님은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머리에 가시관을 쓰시고 두 손과 발이 쇠못에 찢어져 최후의 피 한 방울까지 다 쏟으셨습니다.
주님 나를 위하여 죽으셨거늘 내 어찌 죽음을 무서워하겠습니까?
다만 일사각오(一死覺悟)가 있을 뿐이올시다.
나의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그리스도의 사람은, 살아도 그리스도인답게 살고,
죽어도 그리스도인답게 죽어야 합니다.
죽음이 무서워 예수를 저버리지 마십시오!
나는 내 주님 밖의 다른 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살 수는 없습니다.
더럽게 사느니보다 차라리 죽고 또 죽어 주님 향한 정절을 지키려 합니다.
나의 주님을 따라서 가는 죽음은 나의 소원입니다.
나에게는 오로지 일사각오가 있을 뿐입니다.
요즘에는 일사각오의 신앙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 말조차도 들어보기가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사각오에 대해 말하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큰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고 입을 닫아버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예수생명을 은혜로 받아 살고 있는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비겁하게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월요일 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신입생전도 사역을 하고 돌아온 아들이 다음날 새벽까지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계속되는 과로에다 심한 감기가 찾아온 모양입니다. 아비의 마음은 하루를 쉬었으면 했지만,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들이 맡은 책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벽기도를 다녀오니 아픈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서고 있습니다. 짠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길은 사명자의 길이었습니다. 그저 기도로 응원을 보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한주 내내 캠퍼스 전체사역을 섬기면서 강의실에 들어가 전도하는 일을 감당했습니다. 그렇게 지독했던 감기는 이틀 만에 끝나버렸습니다. 감기란 놈이 무시당하니까 기분 나빴나 봅니다. 청년의 때를 살아가는 아들도 ‘책임’과 ‘일사각오’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목자부부 일일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신 십자가의 주님을 묵상했습니다. 교회건물 꼭대기에 십자가를 높이 세우는 것을 자랑하기보다, 목자들의 가슴 속에 십자가를 새기는 결단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주일에 안수집사, 권사로 피택된 11명 역시 주님의 교회를 위해 일사각오의 신앙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에서 직분을 받았다는 것은, 그 교회를 섬길 특별한 책임과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앞장서서 사랑으로 수고하며, 믿음의 본을 보이는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