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사랑하는 제자에게 결혼주례를 부탁받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결혼주례는 꼭 나에게 부탁하겠노라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배우자가 교직에 근무하고 있어서 방학기간에 급하게 결혼 일정을 잡고 연락을 해온 것입니다.
무척 감사했습니다.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거기다가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인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습니까?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주고, 소식을 준다거나 찾아줄 때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게 되고, 나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역을 해오면서 언제나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는데, 오늘 ‘기분 짱!’입니다.
일단 제자의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우리 교회의 성도가 아니고, 그에게 말씀을 전해주고 사랑으로 양육해주는 분은 그가 출석하는 교회의 목사님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그의 목사님이 사정이 있어서 주례를 서주기 어려우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입니다. 나는 지난 7년 동안 그를 잊고 살았습니다. 대신에 봉선중앙교회 성도들을 늘 기억하면서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입니다. 지금 나에게 맡겨진 소중한 영적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 성도들이 나를 기억해주고 찾아주거나 연락을 주면, 다른 누군가가 기억해주는 것보다 훨씬 기분 좋은 일이고, 넘치는 힘이 날 것입니다.
혹시 과거에 나를 알았던 분들이 이 칼럼을 보고 서운한 마음을 가질지 모르겠습니다. 오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나의 인생에서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도 내 주위에 그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생 말년에 나의 삶을 되돌아볼 때, 좋은 기억의 주인공들이 될 것입니다.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큰 격려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이 나를 기억해줘도 행복이 느껴지는데, 주님이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나를 끝까지 사랑하셔서 나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어둠, 절망, 사망을 이기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 나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시고 기억해주시고, 나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으로 인해 감사드립니다.
“여호와여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알아주시며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하시나이까?”(시편 144:3)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이사야 4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