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의 슬픔

벌써 십 수 년 전의 일입니다. 개척교회 시절 지하교회 뒷계단을 청소하기 위해 후문을 열었는데, 작은 고양이가 문 앞에 엎드러져 죽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너무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까짓 도둑고양이 때문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얼마 전부터 밤마다 고양이가 찾아와 울어댔습니다. 도둑고양이가 시끄럽게 한다고 생각하고 야단을 쳐서 쫓아 보내기도 했습니다. 밤에 강단에서 철야기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든 것은 그 놈이 춥거나 어디가 불편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끝! 나는 쥐잡아먹는 고양이란 놈하고는 별로 친하지도 않을뿐더러 가까이 가기도 싫어하는 사람이고, 또 교회에서 키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른 척 했습니다. 밤새도록 울어대든지 말든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양이는 떠나갔습니다. 내 마음에 책망과 함께 파문을 일으키고 아주 가버렸습니다. 그 놈은 환영받지 못하고 교회 문 앞에서 죽어갔습니다. 목이 쉬어라 도움을 요청했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습니다. 교회 목사의 무관심에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그 일을 경험하면서 교회 문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현대판 영적나사로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 영적 고통가운데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 부르짖음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필요한 수많은 사람들이 “문을 열고 나를 좀 도와주시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또 다른 고양이가 찾아왔습니다. 매일같이 밤낮으로 목양실 창문 밖에서 울고 있습니다. 두주 전에 교회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쫓아냈는데, 바로 그놈인 것 같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전도사님에게 물어보니, 두주 전에 고양이 새끼 두 마리가 밖에 죽어 있어서 묻어줬다고 합니다. 아마도 새끼 잃은 슬픔 때문에 그 장소를 찾는 것이든지, 아니면 지금도 잃어버린 새끼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간절히 찾고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슬픔이 느껴집니다. 하나님의 품을 떠나 죄악 세상에서 방황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그들을 부르고 또 부르고 목이 외쳐라 부르고 계십니다. 결국 자기 아들(예수 그리스도)까지 아끼지 아니하시고 내어주셨습니다.
고양이의 ‘야옹야옹’하는 소리가 잃어버린 영혼을 빨리 찾으라고 재촉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이 찾으시는 그 한 사람을 찾아 나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