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의 인생 소고

어김없이 김장철은 다가왔습니다. 세월이 화살처럼 빠른 듯합니다. 한 해 한 해 세월은 가고, 이제 흰 머리도 자주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가는 세월 기쁨으로 살면 그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백발이 성성하면 살아온 세월이 덧없기만 하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매일의 삶에 감사가 있고, 인생의 성숙함을 이루어간다면 성경의 말씀처럼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일 것입니다. 매일같이 믿음으로 살면서 멋지게 늙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여선교회 성도님들이 지난 이틀간 김장 김치를 담그느라 애쓰셨습니다. 아니 장을 보는 일부터 사흘 동안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많은 성도님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와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사랑으로 섬겼습니다. 참으로 보배로운 분들입니다. 앞장 서신 분들이 계십니다. 광주목장 큰 언니들이 금요일 하루 종일 양념을 만드는 사전 작업을 해놓으셨습니다. 특별히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짝짝짝~).
여자들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남자들도 많이 나와 남성다움을 발산하며 힘쓰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일했습니다. 가장 연세 많이 드신 집사님은 아무도 없는 아침시간에 혼자서 도(刀)를 닦고 계셨습니다. 열댓 개의 칼을 펼쳐놓고 하나씩 숫돌에 갈면서 날을 세웁니다. 덕분에 주방에서 칼질이 잘되었을 것입니다. 역시 우리 교회 남자들은 알아줄만 합니다.
속 양념을 넣고 버무릴 때, 입맛만 다시고 곁에 서 있다가 달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양복 입고 점잖게 있어서인지 먹어보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1년 만에 먹는 그 맛이었습니다. 사랑이 담긴 김치 맛, 한 해 동안 밥상에 둘러앉는 성도들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먹으면서 확인해본 것이 있습니다. 배추가 잘 절여졌는가 하는 것입니다. 배추는 소금물에 절여 숨이 잘 죽어야 제 맛이 납니다. 죽지 않아서 뻣뻣하고 쌩쌩하면 제 맛을 낼 수 없고 쉬 상하게 될 것입니다. 몇 년 전에는 배추가 잘 절여지지 않아서 권사님이 밤새 죽이느라 씨름하신 적도 있습니다.
우리네 모습을 생각해봅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서 옛 자아가 죽은 사람은 주님을 기쁘시게 할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사랑과 섬김, 감사와 즐거움이 넘칩니다. 하지만 죽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자기 고집, 자기 욕심, 자기 자랑을 위해 살아갑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면 마음도 불편하고, 일하면서도 힘에 부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죽은 자들입니다. 죽은 자는 자기주장이 없습니다. 욕심도, 자랑거리도 없습니다. 바로 죄에 대하여 죽은 자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하나님 앞에서 새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을 위해 살고 싶어 합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영혼구원의 사명을 감당하겠다고 합니다. 나는 죽었고, 예수님이 사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