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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피어나는 꽃


장거리 운전을 하며 심방을 가는 길에 노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있는 것을 봤습니다. 지난 봄에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우리를 움츠리게 만드는 지금의 겨울이야기입니다. 봄에 피어야 할 개나리꽃이 점점 추워지는 겨울 문턱에 피어난 것입니다. 애들도 요즘세상이 헷갈리는 모양입니다. 때를 못 맞추고 핀 꽃이 그리 예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대로 제때에 피는 꽃이 더 아름다운 법입니다. 어떻게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을까 안쓰럽기만 합니다.

노란 개나리꽃을 보니 벌써부터 봄이 그리워집니다. 추위를 많이 타기에 겨울은 잠깐 스쳐 지나가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겨울을 건너뛰지는 않겠습니다. 겨울이 주는 축복이 크기 때문입니다. 땅은 꽁꽁 얼어붙고, 나무들은 홀랑 옷을 다 벗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찬바람을 버텨내게 될 것입니다. 보고 있는 사람마저 몸과 마음이 춥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죽은 것도 아니고, 절망의 시간도 아닙니다. 겨울은 바로 생명의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입니다. 뿌리들은 더욱 힘 있게 땅 속 깊은 곳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나무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난 다음에 생명력을 갖춘 나무들은 잎사귀를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나 자신에게도 겨울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숨가쁘게 달려왔던 사역들도 마무리되고, 짧은 기간이지만 새로운 사역을 준비하기 위해 쉼을 갖습니다. 무언가를 바삐 하기보다는 잠잠히 주님을 바라보면서 영적 재충전을 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렇게 해야 봄부터 쭉쭉 달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인생의 겨울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빨리 피하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시간일 것입니다. 자녀, 건강, 인간관계, 직장, 재정문제 등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들은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틀어져서 겪는 시련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련을 통해 하나님 앞에 겸손히 나갈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지나면 더욱 생동감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꽁꽁 얼어붙은 겨울 같은 이 나라가 그러면 좋겠습니다. 국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온 국민이, 아니 교회만이라도 회개하며 하나님의 긍휼을 구한다면 이 나라는 머지않아 화창한 봄을 맞게 될 것입니다.

오는 길에는 군데군데 피어있는 빨강 꽃이 자주 눈에 띠었습니다.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꽃이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서 빨갛게 멍든 꽃이라고 합니다. 다른 꽃과는 달리 겨울에 피어나기에 하얀 눈이 내릴 때에는 더욱 예쁘게 돋보이게 될 것입니다. 비록 홀로 외롭고 기다림에 지친 모습일지 모르지만, 그런 동백꽃이 오히려 남도의 겨울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세상에서, 우리 봉선중앙교회 성도들이 송이송이 피어난 동백나무의 꽃들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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