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의 축복

1992년에 부교역자로 목회에 첫발을 내딛고, 이어서 4년간의 상가개척교회, 그리고 또다시 부교역자 생활, 그리고 지난 8년간의 담임목사의 길을 걸어온 오랜 세월 동안 제자훈련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역의 본질이었습니다. 제자훈련은 단순히 유행을 따라하는 목회프로그램도 아니고, 교회성장을 위한 전략도 아닙니다. 교회의 본질이고, 생명 걸고 주님을 따르는 자를 세우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목사에게 많은 부담이 주어집니다. 목사가 먼저 자신의 명예, 소유, 권리를 포기하지 못하고는 제자라 할 수 없고, 제자를 낳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다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하십니다. 그것이 나는 죽고 예수님이 사시는 길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 부임하기 전에 하나님이 새롭게 하시는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마지막 부교역자 시절에 십자가 복음 앞에서 고꾸라진 것입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제자훈련은 지성적, 기능적 교회일꾼을 양성하는 과정이고, 성도들에게는 하나의 신앙스펙을 쌓는 일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이전에도 제자훈련을 통해 많은 제자(?)들을 양산했지만, 정직하게 되돌아보면 제자흉내를 내는 정도의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개척교회 목회 당시에도 제자훈련에 온 정성을 드리고 씨름했건만, 성도들은 아는 것은 많아지는 반면에 변화와 성숙을 이루지 못하는 화석화된 신앙을 보여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매주일 강단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만 열심히 전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성도들이 스스로를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이미 죽은 자로 여기며 살아갈 때, 비로소 예수님의 생명으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자훈련에 앞서서 우선 ‘성장반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십자가 복음에 기초한 훈련을 통해 성도들이 자신의 죄를 깨달았고, 회개하여 용서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이제 주님의 십자가에서 나는 죽고, 예수님이 내 안에 사신다고 눈물로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그동안 교인노릇만 해왔던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났고, 그들의 성품이 변화되고, 위기에 처해있던 가정도 회복되었습니다. 기적이라는 말을 표현할 정도로 교회에 큰 은혜가 임하였습니다.
이번 주부터 양육, 훈련이 시작됩니다. 성장반 10명, 제자훈련반 14명, 사역훈련반 12명, 구약성경반 21명, 그리고 유초등부
제자훈련, 중고등부 교사훈련 등 전체 80명이 넘는 성도님들이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주님이 하실 일이 기대됩니다.
제자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목회자에게 큰 축복입니다. 예수님이 3년 동안 심혈을 기울이셨던 영광스러운 일을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열두 명의 제자를 선택하시고, 그들 소수의 제자를 세우는 일에 온 힘을 쏟으셨습니다. 제자훈련 사역에 부름받은 나 역시 다른 어떤 것에 마음 쏟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십자가의 주님을 따르며 한 사람 한 사람 예수님의 제자 삼는 일에 나의 전 삶을 걸어보는 거룩한 투자를 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