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모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지가 20년을 넘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고 1994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여 3년 동안 성경적이고 개혁적인 신학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집에서 나와 학교에 도착하면 아침 8시가 좀 넘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아침부터 지친 몸을 이끌고 신대원 언덕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이 있었는데, 학교 교훈을 새긴 커다란 돌비였습니다. 거기에는 ‘신자가 되라, 학자가 되라, 성자가 되라, 전도자가 되라, 목자가 되라’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래도 3년 동안 많이 읊어보면서 다짐했던 내용입니다.
목회자로서 좋은 신학적인 배경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목사 개인적인 유익보다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건강한 신학을 바탕으로 영적인 유익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신 졸업 20주년을 기념해 홈커밍데이로 모였습니다. 20년 만에 졸업 동기 목사님들 부부가 함께 모여서 당시의 은사님들을 모시고 사은회도 하고 예배와 교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스승의 노래를 부르면서 둘러봤습니다. 세월을 속일 수는 없는지 교수님들은 모두 할아버지가 되셨고, 동기 목사님들의 모습에서도 연륜이 묻어났습니다. 그들 모두가 너무 귀한 분들이었습니다. 평생 힘 있게 외치며 개혁신학을 가르쳤던 교수님들이 계셨기에 성경적으로 바르게 목회하는 목사들이 세워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목회하는 교회 성도들이 바른 믿음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신학교와 교수, 신학생들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신학교가 잘못되면 교회도 바로 서지 못할 것입니다. 신학생들이 세속화되면 교회의 미래는 세상공동체와 다름없을 것입니다.
조카딸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신랑은 신학교수로 봉직하고 계시는 목사님의 아들인데, 대를 이어 목회자 가정이라고 합니다. 결혼예배를 드리면서 믿음의 가정에서 영적축복을 받으며 자란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를 생각하며, 믿음 없는 조카딸이 그 가정의 믿음을 이어받는 축복을 누리기를 기도했습니다. 예수님만을 섬기는 영적가문을 이루는 일에 동참한다는 것은 큰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는 자매청년이 4년 만에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광주에 와서 가장 먼저 들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봉선중앙교회만한 데가 없더라고요!”라는 그의 말에 격려와 도전을 받았습니다.
우리 교회가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외치며 실제 된 믿음으로 이 시대에 믿음의 모판이 되길 꿈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