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의 초짜목사

부름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주만 따라 가오리니
어느 누가 막으리까 죽음인들 막으리까
어느 누가 막으리까 죽음인들 막으리까
목사 안수를 받는 8명과 강도사 인허를 받는 4명의 젊은 사역자들이 힘차게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찬송(323장)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순종하고 이제까지 수년에 걸쳐 신학훈련과 교회사역훈련을 받고 드디어 말씀을 전하고 목양할 수 있는 직분을 수여받았습니다. 그들이 힘차고 당당하게 부fms 찬송은 ‘목숨 걸고 가겠다’고 하는 순교신앙, 절대헌신을 고백하는 찬송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험난한 사역현장에서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을 걸을 것을 생각하니 짠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겁 없이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대견스럽기만 했습니다. 여전히 오직 믿음으로, 오직 복음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을 통해 한국교회의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수위원으로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되돌아봤습니다. 강단에서 목사 가운을 처음 착용하는 초짜목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입고 있었던 20년 된 목사 가운을 훑어보며 만져봤습니다. 정확히 20년 전 이맘때 나도 그들처럼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 그때 나는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나 역시 주님을 위한 일사각오의 믿음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주님을 따르고 있는가?
노회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와서 과거의 자료들을 모아두었던 파일을 꺼내들고 1998년 10월의 목사 안수를 앞두고 보냈던 초대장 및 기도편지를 찾아봤습니다. 거기에는 젊은 사역자 부부와 어린 두 아들의 가족사진, 프로필, 소명과 미래 목회 계획, 중보기도를 부탁하는 기도제목이 담겨 있었습니다. 복음을 위한 뜨거운 열정이 묻어났고, 제자훈련 사역과 선교적인 목회를 통해 하나님나라를 세워가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역시 20년 전의 초짜목사도 잃어버린 영혼들을 찾고, 하나님나라를 꿈꾸며 순수한 복음의 열정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두 번이나 지나왔습니다. 참 열심히 달렸습니다.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이루고자 많이 애썼습니다. 그 여정이 외롭고 힘겨울 때가 많았지만, 분명한 것은 주님께서 함께 걷고 달려주신 복되고 영광스러운 길이었습니다.
이제는 여유를 갖고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며, 은혜 베푸신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십 수 년을 더 달려가야 하지만, 주님 앞에서 후회 없는 경주를 하고 싶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 4:7~8). 장래에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