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목사

목양칼럼을 쓰려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옛날에 썼던 칼럼을 찾아 읽었습니다. 10년, 20년 전의 글을 띄엄띄엄 읽어가면서 옛날 목회하면서 있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지나간 성도들의 얼굴이 기억나기도 했고, 아이들 어렸을 때의 모습이 추억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세월이 아픔과 슬픔, 기쁨과 감사가 항상 공존해왔던 것입니다. 오늘의 삶도 수년 후에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행복한 추억으로 기록되고 싶습니다.
아래의 칼럼은 17년 전(2002년)에 썼던 글입니다. 30대 후반이었던 김목사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답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어릴 때 많이 불렀던 노래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자전거가 없어 알고 지내던 아저씨의 짐자전거를 배워 타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키가 안 되니까 의자에 걸터앉지 못하고, 다리 한쪽을 자전거 사이에 끼워 넣고 타기도 했습니다.
요즘 자전거 타는 재미를 맛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 20년만인 것 같습니다. 새벽기도를 좀 일찍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깨웁니다. 온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새벽공기를 가르며 들녘까지 달립니다. 꼬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막내아들은 끙끙대며 바쁘게 따라옵니다. 그렇게 들녘까지 가서 잠깐 쉬고 다시 돌아오면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 1시간이 우리에게는 너무 귀한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단지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얻는 유익이 많습니다. 운동도 되고 그렇게 시작하는 하루가 상쾌해진답니다. 아이들도 부지런해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가고 있습니다.
내친 김에 집에서 교회로 오갈 때에도 웬만하면 자전거를 타려고 합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애국하려는 거룩한 동기가 아닙니다. 단지 자전거 타는 것이 좋고, 운동도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동기입니다. 그렇게 하면 어쩌다가 기름 아끼는 애국자가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예배 때나 심방 때가 아니면 넥타이를 잘 매지 않습니다. 겉치장에는 좀 자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겉치장이 아닌 풍겨지는 인격과 영성에서 목사로 인정받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혹시 그러다보면 교회 출퇴근시에도 청바지 입고 다니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청바지 입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목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